임실.. 보고..




         옥정호 외앗날(붕어섬) 




산을 품고 흐르던 강이 산의 품에 안겨 잠시 쉬어가는 풍경. 
호수의 깊고 넉넉한 품에서 오는 고요한 평온으로 시간마저 멈춘 듯 적막하기도 합니다.






전라북도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임실은 호남정맥의 지맥이자 섬진강 상류지역입니다.
전라도와 경상남도의 열두개의 군을 거쳐가는 섬진강은 좁은 계곡을 지나 작은 들판을 따라가면서 산마을 아래 평화롭게 물그림자를 드리우지요.



강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흐르며 살을 찌우고,
강은 몸을 둥글게 말아 산을 휘돌아 흐르며 여러 마을들을 품어 기릅니다.
이 섬진강을 노래한 시인 김용택의 고향집이 강변 작은마을에 있습니다.
진메마을.
호남의 젖줄인 섬진강 600백리길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변길이 바로 진메마을에서 시작됩니다.




강의 물결이 일렁이는것을 보는 집이라해서 '관란헌'입니다.
 

지나는 나그네도 시인이 된다는..   아! 섬진강... ...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있는 집
그 불빛 아래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리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꿏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오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 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면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희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 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 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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